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결혼 예산입니다. 예식부터 신혼여행, 신혼집 마련까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어디서부터 얼마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에 치우치거나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현실적인 기준과 우선순위를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 부부는 신혼집과 신혼여행을 제외하고 1000만 원으로 결혼 준비하기를 도전하고 있는데요. 이 글에서는 예비부부가 결혼 예산을 세울 때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준을 안내하겠습니다.
1. 전체 예산 범위 먼저 설정하기
결혼 준비는 '쓸 수 있는 총금액'을 기준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본인과 배우자가 결혼 준비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얼마인지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본인 예산 2000만 원, 배우자 예산 2000만 원, 부모님 지원금 1000만 원이라면 전체 예산은 5000만 원이 됩니다. 이 예산 범위 안에서 항목별로 어떻게 배분할 지를 결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시작점입니다.
2. 고정 항목과 선택 항목 구분하기
결혼 준비에는 반드시 들어가는 '고정 비용'과 개인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선택 비용'이 존재합니다. 고정 항목에는 예식장 대관료, 신혼집 보증금, 혼인신고 등 필수적인 비용이 포함되고, 선택 항목에는 웨딩 촬영, 폐백, 예단, 예물, 신혼여행 등이 포함됩니다. 고정 항목을 우선 확보한 후, 남은 금액을 기준으로 선택 항목의 범위와 수준을 조정해야 예산 초과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3. 지역과 시즌에 따른 비용 차이 감안하기
같은 결혼이라도 어느 지역에서 어떤 시즌에 하느냐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큽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권의 인기 예식장은 한 시즌당 예약이 꽉 차 있으며, 비용도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반면 지방이나 비수기(1월, 8월 등)를 선택하면 상대적으로 예산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식장을 먼저 정하고 일정에 따라 다른 항목들의 예산을 조정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4. 신혼집 마련이 가장 큰 예산 비중
전체 결혼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신혼집입니다. 전세든 월세든 또는 매매든, 최소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까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항목입니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세에 따라 대출 활용 여부도 중요하므로, LTV·DSR 규제, 이자율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신혼집 마련 자금이 부족한 경우에는 전세나 월세로 출발해 점차 자산을 형성해 가는 방식도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5. 혼수·예물 등은 과감히 생략 또는 축소도 가능
혼수와 예물은 양가의 문화 차이와 기대 수준에 따라 예산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항목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용주의 결혼이 보편화되면서 가전·가구는 필요한 최소한으로 맞추고, 예물은 커플링으로 대체하거나 생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족 간 충분한 소통을 통해 서로의 기대치를 조율하고, 형식보다 실용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다면 예산 절감 효과가 큽니다. 저희 부부도 예물은 생략하고 혼수는 함께 채우기로 하였답니다.
6. 신혼여행도 가성비 시대
신혼여행은 일생에 한 번뿐이라는 생각에 무리하게 예산을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거리 여행 대신 제주도, 동남아 등 가까운 지역에서 짧고 알찬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비수기를 노리거나 항공권 특가, 호텔 할인 패키지를 잘 활용하면 큰 비용 없이도 만족도 높은 여행을 다녀올 수 있습니다. 여행사 패키지보다 직접 계획해 보는 것도 비용을 줄이는 좋은 방법입니다.
7. 부가 비용 놓치지 말기
결혼 준비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가 비용이 계속 발생합니다. 청첩장 제작, 폐백 음식, 헤어·메이크업 추가 비용, 신랑 턱시도 대여, 피로연 식사 추가 비용, 신혼집 청소 및 이사비용 등은 대부분 처음 결혼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간과하기 쉽습니다. 이런 잡비용을 위해 전체 예산의 10~15% 정도는 '예비비'로 남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8. 감정보다 기준을 우선시하는 대화 필요
결혼 예산은 단순히 숫자 계산을 넘어 두 사람의 가치관과 소비 습관을 조율하는 과정입니다. “남들은 이 정도는 하더라”, “부모님이 기대하셔서…” 같은 이유로 무리하게 예산을 늘리다 보면 결혼 이후의 재정 상황에 큰 부담이 됩니다. 서로의 재정 상태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어떤 항목에 더 가치를 두는지를 솔직하게 대화하며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보다 현실, 기대보다 실속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9. 체크리스트와 엑셀로 관리하기
결혼 준비가 본격화되면 다양한 항목이 한꺼번에 진행되기 때문에 지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 결혼 예산 체크리스트와 엑셀 시트를 활용해 항목별 예산과 실제 지출을 수시로 비교하며 관리하면 계획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모바일 가계부 앱을 활용해 두 사람이 함께 실시간으로 예산을 확인하는 것도 추천할 만한 방법입니다.
결혼 예산은 결혼식 당일을 위한 비용이 아니라, 결혼 이후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갈 삶의 출발점입니다. 눈에 보이는 하루의 행사에 과도한 비용을 쓰는 것보다, 신혼부부의 재무 안정성과 미래 계획을 위한 여유 자금을 남기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결혼 이후 바로 생활비, 대출 상환, 저축 등 재무 계획이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해 예산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